올가을엔 함양상림숲으로 가고싶다^^;
상림은 함양읍 서쪽을 흐르고 있는 위천의 냇가에 자리잡은 호안림으로 신라 진성여왕 때 고운 최치원(孤雲 崔致遠) 선생이 함양태수(太守)로 있으면서 조성한 숲으로 전해진다.
위천이 읍 중앙을 관통해 홍수피해가 심했는데 최치원선생이 둑을 쌓아 물길을 돌리고 나무를 심어 범람을 막았다고 한다. 그래서 상림숲에는 최치원선생의 공덕을 기리는 비와 정자, 그리고 전설이 즐비하다. 당시는 이 숲을 ‘대관림(大館林)’이라 이름지어 잘 보호하였으나 세월이 지나면서 중간부분이 파괴되어 상림(上林)과 하림(下林)으로 갈라졌으며, 그나마 하림구간은 마을이 형성되면서 지금은 몇 그루 나무로만 흔적을 보여주고 있다.
상림은 역사적으로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되고 규모가 큰 인공림 중 하나다. 길이 1.6Km에 폭은 80∼200m이고, 면적은 6만3,000여평에 달한다. 1962년 천연기념물로 지정됐다.
나무 전시장을 방불케할 정도인 이 숲에는 120여종 2만여 그루의 낙엽·활엽수가 사이좋게 어우러져 있다. 봄-신록, 여름-녹음, 가을-단풍, 겨울-설경 등 사계절마다 독특한 아름다움을 감상할 수 있는데 가운데로 수로(水路)가 흘러 아무리 가물어도 마르지 않는다고 한다.
숲속에는 3천여평의 넓은 잔디밭과 ‘다볕당’이란 야외공연장이 있는데 이 고장 사람들의 문화·휴식공간으로 끔직히 사랑받고 있다.
이곳은 나무 전시장뿐만 아니라 문화재 전시장이기도 하다. 고려시대 것으로 추정되는 이은리 석불(유형문화재 제 32호)과 함양읍성의 문루였던 함화루(咸化樓 유형문화재 제258호), 문창후 최치원선생 신도비(문화재 자료 제 75호), 대원군의 척화비(문화재자료 제 264호), 그리고 함양의 선비들이 시조창을 하며 풍류를 즐겼던 사운정 초선정 화수정과 같은 정자들, 역대 군수 현감들의 선정비, 고운 최치원·점필재 김종직·덕곡 조승숙·옥계 노진·개암 강익·연암 박지원 등 함양과 연을 맺으며 조선유학의 큰 맥을 이어온 거유들의 동상, 3·1 만세기념비 등 문화재가 많아 천년 풍상을 겪은 숲의 내력과 체취를 흠뻑 느낄 수 있다.
4년전 함양의 마스코트 물레방아를 비롯해 연자방아 디딜방아도 재현해놓아 색다른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다. 연못엔 지금쯤 연꽃이 울긋불긋 피어 눈길을 붙잡는다.
그러나 뭐니뭐니 해도 이 숲의 가장 큰 매력은 숲속 오솔길이다.
온갖 나무들이 품어내는 알싸하고 미묘한 향기를 폐부 깊숙히 들이키는 기쁨도 기쁨이거니와 드문드문 숲을 뚫고 들어오는 햇살을 어깨로 받으며 그윽하게 구부러진 오솔길을 걷다보면 정말 세상 시름은 온데간데 없어진다. 몇 년전에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숲으로 지정되면서 전국의 사진작가들이 사시사철 몰려들고 있고, 신혼부부들 야외 촬영장소로도 인기가 높다.
고운 선생이 상림숲 조림을 마치고 숲속 어디 나뭇가지에 걸어두었다는 금호미 전설과 뱀과 개구리가 이 숲에 얼씬도 못하게 된 전설은 덤으로 들으며, 올 가을 상림숲으로 가보자.
